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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림 4: 트랙볼 모듈

문림 4의 주요 변경점인 엄지 모듈 도입과 트랙볼 모듈의 구조를 소개합니다.

한결

문림 4 형상

모듈화

문림 II 프로토타입은 모든 입력 요소가 본체에 통합된 설계입니다. 강결합입니다. 매우 좋지 않습니다.

만약 문림 II를 그대로 양산했다면 뭐 하나만 고장 나도 전체를 통째로 수리 입고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위대한 문림을 며칠씩 전혀 쓸 수 없게 되어 분노와 절망에 빠졌을 것이고 엑스티는 엑스티대로 밀어닥치는 수리 요청에 깔려 죽어서,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디스토피아가 도래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국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문림 4에 도입된 중요한 변경점은 엄지 모듈입니다.

문림에서 엄지로 조작하는 입력점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트랙볼이고 다른 하나는 5방향 스위치입니다. 문림 4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듈 단위로 만들고 탈착 가능하게 했습니다. 모듈 단위로 교체할 수 있으므로 고장에 대응하기 쉽습니다.

6핀 단자

모듈은 6핀 단자를 이용해 본체에서 탈착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문림 II에서는 트랙볼의 위치가 우측 유닛으로 고정되었던 것을, 문림 4에서는 좌측에 트랙볼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지 모듈을 장착할 수 있는 거치지점은 좌우 유닛에 각 2개씩 총 4개소가 있습니다. 트랙볼 모듈은 좌우 유닛의 45도 각도로 위를 향하는 상단 거치지점에만 장착할 수 있으며, 측면을 향하는 하단 거치지점에는 장착할 수 없습니다.

트랙볼 모듈

문림 4 트랙볼 모듈

트랙볼 모듈 개발은 문림 4의 일정에서도 매우 많은 시일을 소모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일반물리학의 원리에 따라 트랙볼도 정지 마찰력이 운동 마찰력보다 높습니다. 운동 상태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데, 트랙볼이 멈춰 있는 상태에서 포인터를 약간만 움직이고 싶어서 트랙볼을 조금만 굴리고자 할 때 정지 마찰력이 문제가 됩니다. 정지 마찰력이 크면 “정지 상태에서 10 픽셀만 이동하고 싶었는데 30 픽셀 이동한 뒤 20 픽셀 돌아와야 한다”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실제 트랙볼의 정지 마찰력은 접점의 소재, 접점의 크기와 접촉 면적, 접점의 각도와 각 접점에 걸리는 트랙볼의 무게 차이 등등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됩니다. 손가락이 닿아야 하는 물건이므로 윤활제를 뿌릴 수도 없습니다. 물론 엔지니어링에서 볼 트랜스퍼, 볼 캐스터라고 불리는 부품을 달면 정지 마찰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트랙볼 모듈을 설치할 수 있는 엄지 쪽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재료의 단가도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면서도 정지 마찰력을 되도록 낮추기 위해 여러 가지 접점 소재, 여러 가지 거치 형상과 각도, PTFE 스프레이 등등 다양한 시도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공을 들였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좀 후회스러운 부분이기도 한데요. 원하는 품질이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매달려만 있을 게 아니라 트랙볼 부분을 모듈화해서 출시하고, 접점 마찰력에 관한 피드백을 받아서 그럭저럭 쓸 만한지 아니면 불만족 의견이 많은지 조사하고, 추후에 접점 마찰력을 개선한 모듈을 내놓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변명을 하자면, 오늘날 마우스 아니면 터치패드가 좌표 입력 장치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문림 4를 통해 트랙볼을 처음 접하는 분이 많이 계실 것이며, 따라서 문림의 트랙볼 성능이 트랙볼이라는 개념 그 자체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게 될 것이고, 그러므로 좋은 첫인상을 드리는 것이 문림 프로젝트에 치명적으로 중요한 문제이고, 따라서 엔지니어로서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트랙볼 모듈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트랙볼 모듈은 아크릴제 공 표면의 움직임을 광학 센서로 추적하여 좌표 입력을 구현합니다. 광학 센서로는 Pixart PAW3104DB-TXDT 기종을 채택하였습니다. “게이밍 마우스용 고속 광학 센서” 라인에 속하는 PAW3104DB-TXDT 센서는 문림 II 프로토타입에 채택된 ADNS-3050 센서의 후계 기종으로서, 단종을 앞둔 ADNS-3050 센서를 대체하는 최신 제품입니다.

청소

트랙볼이나 마우스처럼 움직이는 물체에 의해 좌표 입력을 실현하는 장치는 필연적으로 어딘가에 먼지가 끼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마우스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저면에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PTFE 소재의 접점 패드가 있어서 여기에 먼지가 쌓이게 되고 트랙볼의 경우는 공을 지탱하는 접점에 먼지가 낍니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정기적으로 청소하듯이 트랙볼 접점도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문림 II 프로토타입의 형상에는 트랙볼 청소에 관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엄지가 닿는 자연스럽고 영 적절한 위치에 있는 것은 좋지만, 형상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트랙볼을 꺼내려면 프레임 전체를 해체해야 합니다. 문림 4의 트랙볼 모듈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트랙볼을 쉽게 꺼내서 트랙볼과 접점을 청소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문림 4 트랙볼 모듈

모듈의 최상단에 나사산 결합으로 돌려 끼우는 방식의 림이 있으므로, 림을 돌려서 쉽게 떼어낼 수 있으며, 그 후 공을 꺼내고 공과 접점을 청소하는 것이 쉽습니다.

결론

실사용의 관점에서 공들여 설계하고 개선한 트랙볼 모듈입니다.

트랙볼은 마우스에 뒤지지 않는 정밀하고 신속한 좌표 입력을 지원하면서도, 손목의 움직임을 전혀 요구하지 않아 편안합니다. 이러한 트랙볼을 엄지가 자연스럽게 닿는 위치에 제공하는 것은 문림이 추구하는 리프트리스 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키보드와 마우스를 왔다 갔다 하느라 손을 들고 떼고 허공을 헤매고 키보드를 더듬고 마우스를 흔들고 몰입도 깨지고 흐름도 끊기는 고생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최적화 덕후입니다. 문림 트랙볼은 입력의 편리성, 입력의 효율성, 입력의 정확성, 입력의 신속성 등 모든 요소를 한번에 확보하는, 입력장치 최적화의 끝판왕이라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그런데 심지어 문림 4에서는 트랙볼을 모듈로 제공하여 유지·보수성까지 대폭 개선된 것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는 꼭 성공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문하십시오.